누룩: 송학곡자(우리밀)과 진주곡자(앉은키밀) 각1kg 씩 섞어서 사용. 28번 술 빚은 날인 8월 24일부터 발코니에서 법제해뒀는데, 처음으로 누룩벌레가 생겼는데, 10월 19일에 누룩을 체로 쳐서 벌레를 제거한 후 비닐에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어뒀다. 밑술하기 전날 누룩을 비닐 통째로 실온에 꺼내뒀다 술 빚기 일주일 전에 다시 발코니에서 법제 후 씀.
물: 삼다수 생수 (항상 스파클 생수만 써보다가 근래에 물을 바꿔봄)
밀가루 (밀꽃이야기 토종 우리밀 백밀)
술독: 20L 페트병
공정설계
멥쌀, 찹쌀 반반으로 단양주를 빚어본다.
기존에 빚던 단양주 급수비율을 좀 더 늘려본다.
수곡 만들 물은 실온의 생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끓인 뒤 식힌 탕수가 아님)
누룩을 실온의 물 2L에 누룩을 모두 넣고 전날 밤 실온에서불린 후 밀기울을 거르지 않은 채 수곡으로 쓴다.
수곡에 쓴 물 2L를 제외한 나머지 물 4.242L는 쓰기 전날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차가운 생수를 쓴다. 수곡 불릴 때 밀가루 260g도 같이 넣는다.
고두밥 찔 때 마지막에 약불로 줄인 후 송순을 고두밥 위에 올려 찌려고 설계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처음부터 넣고 찐다.
고두밥의 중심부 품온은 30℃로 식혀 쓴다. 펼쳐둔 고두밥 중에서 주변부 품온은 더 낮을테고, 실온의 수곡과 냉장된 생수와 함께 섞으면 술덧은 결국 20℃ 쯤으로 식혀질 것이다.
고두밥에 수곡과 물을 모두 넣고 약 30분간 치대어 당화 진행 상황을 점검 후 술독에 안친다.
품온 센서 빼고 뚜껑 닫아 대체로 20℃ 내외로 유지하는 실내에서 후발효 시킬 예정이다. 빛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실내 환기 시킬 때 급락하는 실내온도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후드티를 입혀둔다. (술덧 확인할 때만 지퍼 열고 확인)
뚜껑 닫은채로 무게를 측정해두지 않았구나... 오늘 퇴근하면 해봐야겠다.
[그림.11] 후발효 시작
냉각하는 동안 품온이 다시 크게 오르는 때는 얼음물에 담근 술독을 흔들어줬을 때다.
술독 입구에서 늘어뜨린 케이블이기 때문에 품온센서가 술독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다. 얼음물에 의해 술덧 중에서도 바깥쪽과 아래쪽은 차게 식지만, 중심부와 위쪽은 이에 비해 덜 식기 때문에 흔들어주면 다시 술덧이 섞이기 때문에 품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품온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아마도 품온 센서가 위치하는 곳이 술덧 중에서도 외곽이 아닐까 싶다.
술 거르기 전 모습 어제 흔들어준 후 오늘 확인해보니 새로 생긴 기포가 없다. 어제 흔들어준 후 뚜껑을 꽉 잠궈뒀는데 오늘 열어보니 새어나오는 가스가 없다.
[16]
술독을 열어보니 새콤달콤한 향이 난다.
위에 뜬 술의 맛을 보진 않았고, 바로 거르기 시작했다.
40메쉬 거름망으로 먼저 거른 뒤 200메쉬 거름망으로 다시 걸렀다.
이번 술은 밀기울을 거르지 않은 채 빚었기 때문에 지게미가 2.144kg로 꽤 많이 나왔다.
[17] 술지게미
전내기는 500mL병 23병으로 약 11.5L가 나왔다.
[18] 거른 술은 술장고행
술맛을 보니 원했던 대로 신맛이 좀 있어서 좋은데, 이 신맛이 처음 맛 봤을 땐 부드러운 것 같았는데 점점 마시다보니 부드럽지만은 않고 날카로운 면도 있는 것 같다. 신맛을 내고 싶었고, 신맛이 나는데 이 신맛이 내가 원하는 신맛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단맛은 급수비율 90%로 빚은 술이라 조금만 있기를 기대했는데 기대보다 조금 더 적은 것 같다. 술을 삼킨 후 약간 쓴맛이 남는 점이 불만이다. 숙성 후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19] 전내기
2025.01.29.수.
이번 술에서 느끼는 쓴맛은 그런 생전분 앙금에서 느낄 수 있는 쓴맛과 비슷하다. 쓴맛에 대해 생각해보니 술독을 통째로 들고 강하게 흔들어서 가라앉았던 앙금까지도 섞어버렸는데, 원래 가라앉았던 앙금에서는 대개 쓴맛이 나는데 그 앙금까지 섞어버렸기에 술에서 쓴맛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31번 단양주도 술독을 들고 통째로 흔들어줬는데 그 때문에 쓴맛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덧술 이후엔) 술독을 흔들어주더라도 바닥에 가라앉은 생전분까지 다 섞이도록 흔들어주지는 말자. 술을 거를 때 가라앉은 그 생전분의 맛을 보면 쓴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술에서는 후발효 후반에 술독을 통째로 옆으로 들고 강하게 흔들어서 그 생전분까지 섞이도록 했다. 술을 거를 땐 술독 바닥에 가라앉아 굳은 생전분이 거의 없었다. 즉, 이번 술에서 나는 쓴맛은 아마 그 생전분까지 섞여 술을 거른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 술에 이어 빚었던 31번, 32번 술도 마찬가지로 술독을 양손에 들고 강하게 흔들어줬다는 것이다. 31번 술은 흔들어준 시점이 후발효 중반이고, 멥쌀과 찹쌀을 반반 쓴 이번 술과 달리 찹쌀 100% 단양주라 이번 술 보다는 쓴맛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32번 술은 이양주이고 흔들어준 시점이 후발효 초중반이라 이런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양주에서는 누룩의 밀기울을 거르지 말고 그대로 쓰자. 단양주를 빚을 때 수곡에서 밀기울을 거르고 나서 빚어오다 작년 여름부터는 수곡해서 밀기울과 함께 그대로 술을 빚고 있다. 밀기울을 거르지 않은채로 술을 빚었을 때의 맛과 향이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것 같다.
술에서 신맛을 내고 싶으면 술덧의 품온을 너무 올리지는 말자. 주류박람회에서 모 양조장 대표님께 산미를 좀 더 내는 방법에 대해 여쭤봤을 때 품온을 28℃ 수준에서 발효시켜보라 하셨다. 또 다른 모 양조장 대표님도 품온을 35℃ 넘기지 마라 하셨고, 또 다른 모 양조장 대표님도 품온을 30℃ 넘기지 마라 하셨다. 공통된 의견은 품온을 너무 올리지 마라는 조언이었다. 난 다른 술을 빚을 때 품온의 최고점으로 40℃도 찍어봤는데, 그렇게 품온을 높이더라도 효모가 사멸하지는 않지만 활동성이 저하되어 발효 효율이 저하되는 것은 직접 체험했다. 이후 품온이 아무리 높더라도 되도록 35℃를 넘기지는 않도록 관리하려 하고 있다. 이번 술도 최고 품온은 33.8℃ 수준에서 냉각시켰다. 결과적으로 품온이 너무 높았을 때 보다는 신맛이 좀 더 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