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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물론, 더위도 많이 탄다. 

그런데 더위는 가뜩이나 땀도 많지만 그래도 땀흘리며 참으면 되는데, 추위는 참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체온이 떨어지게 되면 면역력이 약화되어 몸에 탈이 나므로 어쩔 수 없이 보온에 상당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촛불집회 나가서 영하의 날씨에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평소에 입는 동계 의류들로 아무리 겹겹이 껴 입어도 한계가 있어서 추위에 굴복하고 좀 과한 스펙의 극지 원정대용 다운 쟈켓 하나 장만했다. 

이런건 역시즌에 사야하는데 할인율 짠 시기에 사려니 에휴... 

그나마 블랙/XS임에 위안을 삼자 ㅜ_ㅜ

사이즈는 내가 평소 국내 사이즈 기준 M~L을 입는지라 직수입은 S~M을 주로 입는데, 이건 S는 크고 XS을 입어야 하네.

내가 이 엄동설한에 촛불집회를 계속 나갈 것이라 예상했으면 미리 역시즌에 월동준비 했겠지만, 예상을 못했었으니.. ㅡ.ㅡ;


사실 전부터 내가 사고 싶었던 다운 쟈켓은 발란드레 이멀맨 G2 쟈켓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실구매가를 비교해봐도 가격적인 차이도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이멀맨은 블랙 컬러가 없고 (G1은 있었지만, G2는 없다)[각주:1] 원정대급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이라 내가 이번에 다운 패딩을 구매하려는 목적과 컬러가 내 기준에 맞지 않아 과감하게 패스했다.

물론 발란드레에서도 더 상위급인 베링 쟈켓은 엉덩이도 덮고 우모량도 더 많지만, 내 기준에서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고 블랙 컬러 또한 없다.

난 올블랙을 원하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익스페디션 쟈켓은 올 블랙은 아니고 다크 그레이와 블랙의 투톤이다.)


9차 촛불집회(하야 크리스마스, 12/24)에 입고 나가서 테스트를 해봤다.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은 상태인지라 평소보다 좀 늦게 나가서 좀 일찍 들어오긴 했다.

이번에는 베이스에 브린제 수퍼써모 셔츠, 미드에 파타고니아 나노 에어 후디, 아우터에 랩 익스페디션 쟈켓을 딱 3단계로만 입었다.

단, 지하철 이동 구간에는 익스페디션 쟈켓을 입고 다니기엔 땀띠 날 것 같아서 준비한 백팩에 쑤셔넣고 이동했다.

당일 저녁 무렵 기온은 약 0도 근처였고, 바람은 별로 없는 날씨였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12월 10일 제7차 집회의 기온은 평균 -1.6℃, 최고 3.6℃, 최저 -5.9℃였고, 

지난 12월 24일 제9차 집회의 기온은 평균 -2.4℃, 최고 1.1℃, 최저 -4.3℃로 옷의 보온성을 비교할만한 지표가 되는 추운 날씨였다.

7차 집회에서는 추워서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덜덜 떨다가 귀가했고, 9차 집회에서는 집에 올 때 까지 상체의 한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기온 출처: http://www.kma.go.kr/weather/climate/past_cal.jsp


결론부터 말하자면, 테스트 결과 대부분 만족한다.

그리고, 가슴에 있는 엄청 큰 주머니는 아주 유용하다. 동계 장갑을 접지 않은 채로 그대로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다.
(나폴레옹 포켓 처럼 가슴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넣는 구조)

만약 장갑을 벗었다 꼈다 하려면 다른 다운 쟈켓들처럼 메인 지퍼를 열어서 내부의 큰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했다면 따뜻하게 데워둔 내부 공기가 지퍼를 열고 닫는 순간 수시로 환기가 됐을텐데, 익스페디션 쟈켓은 그렇지 않고 외부에 큰 주머니가 있어서 전혀 그런 걱정이 없었다.

또한, 하단의 손 주머니 말고도 가슴에 주머니 손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별도로 있는데, 손을 넣으면 외부 내부 모두 두툼한 다운 보온층이 있어서 맨손을 넣어도 아주 따뜻했다.

오히려 땀이 찔끔 날 정도여서 다운이 젖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할 정도였으니 ^^;


단, 오랜 시간 동안 찬 바닥에 앉아 있는데가 하체는 상체에 비해 보온을 덜 신경쓴터라 하체는 시간이 좀 지나니 춥더라.

그래서 하체는 미리 준비해간 두툼한 극세사 담요를 2겹으로 접어서 덮었더니 괜찮더라.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익스페디션 쟈켓은 패킹용 주머니를 따로 주지 않는다.

손을 넣을 수 있는 가슴 포켓이 엄청 큰데, 양면 지퍼여서 쟈켓을 패킹할 수 있는 주머니도 겸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피가 워낙에 큰 쟈켓인데다가 과도한 보온력으로 인해 이 쟈켓을 입고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탔다간 땀으로 사우나 함과 동시에 큰 부피로 인해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식당에 갔을 때도 물론 패킹할 필요할 때가 있을 테다. 

패킹용 압축 쌕이든 파우치든 뭐든 적당한 놈을 별도로 장만하기 전엔 그냥 패킹할 수 있는 나일론 재질의 파우치 (축구화 사고 나서 얻은 허름한 주머니^^;)를 안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아래는 익스페디션 쟈켓 첫 개시한 날 헌재 인근에서 JTBC 뉴스룸이 찍어간 인증 샷

여태 1차부터 9차까지는 개근했고 10차도 참석할 예정인데, 내년부터는 나도 솔직히 장담할 수는 없다.


아래는 국내 공홈에서 무단도용한 제품 설명이다. (영리 목적이 아닌데다, 바이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테니 뭐라 하진 않겠지...ㅡ.ㅡ;)

사진출처: https://goo.gl/JctcPV (다음 세대 모델이 올해 런칭되었으니 언젠간 이 제품 정보가 없어질 것이다.)

위 URL이 열리지 않을 경우: http://archive.is/BPlNz



  1. 이멀맨 G2도 블랙이 있더라. 다만, 실제 색상은 블랙이 아니라 다크 네이비다. 수입사인 블랙야크의 라벨 기준으로 14년 모델(ALMOST BLACK)의 색이 15년 모델(BLACK)의 색 보다 약간 더 밝다. 그래서 이멀맨 G2을 15년 모델로 구매했음. (2017.09.20 수정)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