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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경을 쓰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랬는지 그 동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난 그 전부터 안경을 쓰고 싶어 했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나도 안경 쓰고 싶다고 안경 맞춰달라고 해도 매년 학교에서 하는 시력검사에서 내 시력은 1.5 내외였으므로 당연히 안경을 맞춰줄리 없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시력이 좋은 것이 문제라면 시력을 나쁘게 하는 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시력을 나쁘게 하려고 가족 몰래 TV에 얼굴을 딱 붙이고 브라운관 표면에 표시되는 RGB 화소를 자주 눈으로 관찰하곤 했다.
당시엔 지금의 나와 달리 수정체 조절력이 좋아 그렇게 가까이서도 잘 보였나보다.
그 때 본 RGB 화소는 아래 사진처럼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을 내는 작은 막대기였다. (아래 사진과 비슷)
이미지 출처: https://horizon.kias.re.kr/28251/
시력은 점차 떨어져서 1.2를 지나 5학년 땐 결국 0.9가 되었다.
당시 내 키가 반에서 작은 편은 아니었기에 맨 뒷줄은 아니지만 뒤에서 2번째 줄에 앉았었다.
엄마에게 시력이 전보다 나빠져서 그런지 칠판 글자가 잘 안보인다고 투덜대면서 안경을 맞춰달라고 했다.
엄마도 내 시력이 떨어진 것을 알고 있었고, 칠판 글씨가 잘 안보인다니 나를 안경점에 데리고 갔다.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해보니 역시 0.9가 나왔고, 그 때 이후 내 시력은 1.0을 넘은 적이 없고 점점 서서히 나빠졌다.
엄마가 안경점 사장님께 안경을 써야하는지 여쭤보니 안경점 사장님은 안경을 써도 되고 안써도 되는 정도이긴한데, 얘가 칠판 글자가 잘 안보인다면 쓰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역시 자학을 통해 시력을 나쁘게한 내 작전이 통했다!
그래서 맞춘 첫 안경이 뿔테 안경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 낮은 콧등에서 무거운 뿔테 안경은 자주 흘러내렸고, 안경을 맞췄을 무렵부터 급격하게 성장하던 성장기에 두상도 더 커져서 텐션이 강한 뿔테 안경이 작아지니 양쪽 귀 쪽이 눌려 통증이 생기기도 했다.
안경점에 가서 피팅을 다시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결국 렌즈도 바꿀 때가 되어서 다시 바꾼 안경은 금테였고, 그 때부터 난 일생의 대부분을 안경 쓴 채로 살아왔다.
지금도 뿔테는 내가 선호하지 않는 안경이다.
당시 내가 CRT 화면에 얼굴을 붙이고 RGB 화소를 쳐다보지 않았다면 내 시력은 여전히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좋게 유지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57.do?mode=view&cid=236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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