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vs '미만' & '쌀 대비' vs '합계중량 대비'

탁주를 빚을 때 쓸 수 있는  원료 사용량 및 여과 방법 등은 아래와 같이 주세법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출처: https://www.law.go.kr/법령별표서식/(주세법%20시행령,20240517,별표3)

 

예를 들어 쌀, 물, 누룩 외 부재료로 '과실•채소류'만 쓰는 술이라면 쌀과 부재료를 합한 무게의 20%까지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녹말이 포함된 재료는 쌀만 쓰고, 당분 및 '과실•채소류' 재료로는 딸기만 썼다는 가정하에 성립한다.

나머지는 물과 누룩인데, 여기서 물이 가감되든 누룩(곡자)을 국과 효모로 대체하든 딸기의 비율 제한은 20% 이하일 뿐 바뀌지 않는다.

 

만약 쌀 8kg 딸기 2kg를 합하여 10kg라면 10kg 중 딸기가 2kg이므로 부재료는 합계중량 대비 20%이고, 이는 주세법시행령이 정하는 20%를 초과하지 않으므로 최대 사용량인 20%를 충족한다.

 

내가 가양주를 빚을 땐 부재료를 쌀 대비 몇%인지로 계산했었는데, 상업양조에서는 총재료 대비 몇 %인지로 계산하는 점이 다르다.

만약 쌀 대비 20%의 부재료를 쓰게 되면, 쌀 8kg 대비 20%인 1.6kg를 쓰는 셈인데, 이는 합계중량 9.6kg 대비 약16.67%로 실제 비율은 달라진다.

 

이렇듯 이 글의 주제는 2가지다.

• '이하' vs '미만'
• '쌀 대비' vs '합계중량 대비'

왜 이 글을 쓰냐면, 주세법시행령은 부재료 사용량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탁주를 제조하는 양조장 관계자도, 전통주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도 '이하'와 '미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다.

특정 값 '이하'라 하면, 그 특정 값과 같거나 작은 범위를 정한다. 즉, 그 범위는 특정 값을 포함한다.

특정 값 '미만'이라 하면, 그 특정 값 보다 작은 범위를 정한다. 즉, 그 범위는 특정 값을 포함하지 않는다.

즉, '20% 이하 허용'이면 20%도 허용하는 것이고, '20% 미만 허용'이며 20%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이하'와 '미만'은 분명 다르다.

 

우리술대축제 2024 관람 중 딸기맛과 향이 많이 나는 술을 시음하면서 딸기를 넣는 시기와 함량을 여쭤보니 술을 빚은 뒤 딸기를 19% 이상으로 최대한 넣고 숙성했다 하더라.

녹말을 포함하는 재료로 쌀만 사용하고, 당분은 쓰지 않으며, 부재료로 딸기만 쓴다면 최대한 넣으려면 20%까지 넣을 수 있는데 굳이 19%이상이라 한 것을 보면 이 양조장도 '20% 미만'이라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이 처럼 탁주의 부재료를 20% 미만으로 언급한 관련 기사를 잠깐 찾아봤다.

현행 주세법상에서는 부재료를 20% 이상 쓰면 제재받는다.

기사 원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918500683

위 기사에선 부재료를 20% 이상 쓰면 제재받는다 했지만, 현행법은 20% 초과를 금하고 있으므로 20%는 허용한다.

즉, 현행법을 잘 못 파악한 채 쓴 문장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기사에선 20%에 대한 기준값이 없다.

무엇 대비 20%인지 기준값이 '쌀 대비'인지 '합계중량 대비'인지에 따라 부재료 무게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면 기준값을 언급해야 하지 않나 싶다.

주세법상 쌀 대비 부재료가 20% 미만으로 들어가야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던 끝에 처음부터 발효를 같이 하지 않고 가수할 때 투입하여 부재료의 맛이 살아 있도록 했다.

기사 원문: http://www.journal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

위 기사에선 양조장 대표가 직접 "주세법상 쌀 대비 부재료가 20% 미만"이라 언급했다.

내가 알고 있던 가양주 기준과 같은 '쌀 대비'이고, '이하'가 아닌 '미만'으로 언급했다.

즉, 현행법을 잘 못 파악한 채 언급했다 볼 수 있다.

현행 주세법시행령에 의하면 부재료 함량 기준은 '쌀 대비'가 아니라 '합계중량 대비'이고, '미만'이 아닌 '이하'이므로 부재료를 좀 더 써도 되는데 아쉽다.

 

기사로 노출된 건 외에도 부재료 사용량 제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