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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옹기 항아리에서 술을 빚으면 술의 맛과 향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옹기 항아리가 가지는 미세 공극을 통해 약간의 통기성이 제공된다는 것 까지는 알겠다.
옹기 항아리의 단열 및 차광 효과가 가지는 장점과 항아리의 형상에 의해 윗막지가 잘 가라앉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그 외 다른 장점은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옹기 항아리의 미세 공극으로 산소가 공급되어 술의 맛과 향이 변할 수도 있을테다.
그러면, 옹기 항아리가 아닌 다른 술독에서도 옹기 항아리의 통기량 수준으로 공기가 살짝 통하게 하면 그 땐 옹기 항아리와 다른 술독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술독의 형상도 옹기항아리처럼 배불뚝이 형상으로도 만들면 그 차이는 더 줄어들테다.
나는 그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적 근거가 궁금할 뿐이다.
단순히 맹목적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좋다더라", "맛이 더 좋다 하더라" 등 타인에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의 주장이 아닌 과학적 근거가 궁금하다.
당사자가 직접 전통 옹기 항아리, 스텐 식깡, 유리병, 페트병 등 다양한 술독에서 빚어봤을 때 어떻게 다른지 경험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더라도 난 어떤 과학적 원리로 다른지 궁금하다.
탁약주개론 88쪽의 말미에서도 "술덧에 공기를 주입하면 발효 초기에 초산, 피루브산이 현저히 감소하고 아미노산이 적은 술이 되지만, 발효 후기에는 통기량에 비례하여 초산, 피루브산, 석신산 등이 증가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살짝 공기가 통하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술맛이 변하는 원리의 일부를 여기서도 언급하고 있다 생각한다.
어느 재질의 술독이든 술이 어느 정도 발효되면 술독 속에는 이산화탄소가 가득차 있게 되며, 술덧은 산소의 접근이 차단된 혐기성 환경이 된다.
그런데, 숨쉬는 옹기 항아리에서 술을 빚으면 술덧의 윗면은 굳이 밀봉하지 않아도 이산화탄소에 의해 혐기성 환경이 제공되지만, 술덧의 옆면은 옹기 항아리의 미세 공극을 통해 약간의 산소가 공급되어 탁약주개론에서 언급하는 것 처럼 공기를 약간 주입하는 효과가 있어 술의 성분 변화가 발생하여 맛과 향이 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엔 페트병에서 술덧의 발효를 끝내면 술덧이 발효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로 살짝 열어뒀던 뚜껑도 완전히 꽉 잠근다.
그 땐 이미 술독 내부의 빈공간엔 이산화탄소가 거의 대부분 자리잡고 있을테다.
그 후 3개월 이상 실온에서 술을 보관해도 술독 뚜껑을 열지 않으면 비교적 높은 온도인 25~30도 사이에서 술을 보관해도 술이 시어지지 않더라.
아마 술독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술이 산화하지 않고 탁약주 개론에서 설명하는 것 처럼 '초산, 피루브산, 석신산' 등 다양한 산이 생성되지 않아 술의 산미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추정만 하고 있다.
술 맛을 중간점검한다고 계속 술독 뚜껑을 열어 산소를 공급하고 국자로 술을 떠내 맛보는 과정에서 산소가 공급된다면 술덧은 조금씩 산화되어 조금씩 산미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딱히 술맛 중간 점검도 하지 않은 채 내가 술을 거르고자 하는 시점까지 그냥 몇 달이든 실내에 보관한다.
하지만, 술을 거를 때 필연적으로 산소와 접촉하게 되고 그 술을 몇 일 후 맛보면 술맛이 조금은 변하더라.
냉장고에서 꺼내서 실온 수준으로 온도를 높인 뒤 마셔도 마찬가지로 술을 거른 날 마셨던 술맛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정보 취득과 경험을 토대로 한 나의 생각일 뿐, 증명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론이 아니다.
숨쉬는 항아리에서 빚은 술이 다른 술독에서 빚은 술 보다 더 맛있으려면 다른 술독에서 빚을 때와 다른 차이점이 있어야할테다.
동일한 주방문, 동일한 공정, 동일한 발효실 온도관리, 동일한 품온 관리 등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관리할 때를 생각해보자.
같은 공간에서 큰 용기에 한 번에 빚은 단양주을 술독에 안칠 때
단순히 스텐 식깡, 페트병, 유리병, 옹기 항아리에 나눠 담아 발효만 다른 술독에서 하고,
항아리의 장점 중 하나인 단열에 대해서도 스텐 식깡, 페트병, 유리병 등에도 항아리 수준의 단열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적절한 보온재를 덧 대어주고,
동일한 공정관리를 하면서 발효시킨 뒤 그 술을 걸렀을 때 술맛을 블라인드 테스트했을 때
어떤 술이 각각 어떤 발효용기에서 발효시킨 술인지 맞출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가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다.
물론, 절대미각을 가진 그런 능력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미각의 소유자가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수준의 능력자가 아니라서 투명한 페트병에서 술의 발효과정을 관찰하면서 술을 빚으며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술 빚는 작업이 익숙해지면 그 땐 나도 15L 쯤 되는 옹기 항아리 하나 사서 술을 빚어보고 싶다.
그 보다 크면 너무 무겁고 다루기 번거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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