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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누룩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가양주를 빚으면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산국(흩임누룩)과 입국의 차이를 내 나름대로 정리했다.

 내가 정리한 내용에 대해 내가 틀렸다는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다면, 그 정보의 객관적인 출처와 함께 의견을 댓글에 남겨주기 바란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반론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난 오히려 그 의견이 고맙다.

 

 누룩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한중일 동북아권에서 곡물로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발효제이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룩을 그 형태로 구분할 때는 메주나 빈대떡 처럼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여 디디는 누룩은 병국(떡누룩), 곡물을 낱알 그대로 디디는 누룩은 산국(흩임누룩)이라 한다.

 즉, 산국(흩임누룩)은 누룩을 디디는 공정에서 누룩의 형태를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에 따른 구분에 의한 명칭이다.

 

 동북아일대의 지역별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은 병국(떡누룩), 한국은 병국(떡누룩)과 산국(흩임누룩), 일본은 산국(흩임누룩) 위주로 발달했다.

 한랭건조한 기후에는 누룩 속의 수분이 너무 빨리 건조되어 미생물이 잘 번식하지 못하므로 떡누룩 형태로 디디며, 고온다습한 기후에는 누룩 속의 수분이 너무 느리게 건조되기 때문에 부패할 수 있어 산국(흩임누룩) 위주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전래되어 온 우리나라의 전통누룩은 대체로 병국(떡누룩) 형태이고, 산국(흩임누룩) 형태도 존재하지만 그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기후 특성 상 산국(흩임누룩) 형태를 유지하고 양조 공정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양조를 할 수 있는 특정 곰팡이를 추출 후 대량생산하여 양조장에 공급함으로서 양조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일본식 산국(흩임누룩)을 입국(코지)이라 한다.

 

 단, 이 때 일본식 산국만 입국이라 할지, 동북아의 모든 산국을 입국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을테다.

 내 기준은 '식품첨가물공전'에서 '국'을 정의한 바와 같이 '곡자(누룩)'는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번식'해야하고, '입국'은 '번식시켜' 만든다는 것으로 그 가르마를 탈 수 있다.

 이 품목에는 곡자(누룩), 입국, 조효소제 및 정제효소제가 있다. 곡자(누룩)는 식용 날곡류에 Aspergillus속, Rhizopus속 등 곰팡이류, 효모 및 기타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효소를 함유하는 것이고, 입국은 식용 곡류를 증자한 후 Aspergillus속, Rhizopus속 등의 곰팡이를 번식시켜 효소를 함유하는 것이고, 조효소제는 식용의 피질 또는 전분질을 함유하는 것을 원료로 하여 증자하거나 날것 그대로 살균한 다음 당화효소생성균을 배양시킨 것이고, 정제효소제는 식용 탄수화물을 사용한 고체 및 액체배지에 당화효소생성균을 배양시킨 다음 효소를 분리정제한 것을 말한다.
식품첨가물 공전 출처: https://various.foodsafetykorea.go.kr/fsd/#/ext/Document/FA?searchNm=국&itemCode=FA0A024003004A055

 

 라면 끓일 때 라면 스프 넣듯이 곡물에 특정 미생물을 배양한 종균을 접종시켜 사용한다면 그것은 식품첨가물공전에서 정한 '번식시켜' 만드는 '입국'에 해당한다.

 반면에, 종균을 접종하지 않은 채 자연적으로 곰팡이류, 효모 및 기타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디딘 것은 '누룩'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형태가 산국(흩임누룩)이라면 '입국'이 아닌 '누룩'이라 할 수 있을테다.

 그리고, 전통누룩과 입국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는 '식품첨가물공전'에서 '국'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입국'은 발효제로 이용할 미생물을 자연 번식이 아닌 인공 접종에 의해 번식시킨 발효제를 칭한다.

 식품첨가물공전에서도 정하는 바와 같이 '입국'은 '입국'이라 불러야 하고, 전통누룩은 '곡자' 또는 '누룩'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입국'과 '누룩'은 다른 것이다. 주세법에서 정한 '청주'와 '약주'가 다른 술인 것과 같다. 

'입국'이 '산국(흩임누룩)'의 형태이긴 하지만, 
모든 '산국(흩임누룩)'이 '입국'인 것은 아니며,
모든 '입국'은 '전통누룩(곡자)'이 아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전통누룩(곡자)', '산국(흩임누룩)', '입국' 사이의 관계다.

 

 이 때 '쌀누룩'은 그럼 '전통누룩'이냐, '입국'이냐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식품첨가물공전'은 '입국'이 무엇이냐 정의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쌀이라는 곡물로 국을 제조한 것은 '입국'의 판단 기준이 아니다.

 쌀을 주원료로 써서 '전통누룩'을 만들 수도 있고, '입국'을 만들 수도 있다.

 그 기준은 미생물의 자연 번식이냐 인공 접종이냐를 기준으로 나누면 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화곡을 디딜 때 특정 종균을 인위로 접종하지 않은 채 공기 중 미생물 또는 초재의 미생물을 통해 자연 번식 시키면 그건 '전통누룩'인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주세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양조산업에 전통누룩을 배제하고 일본식 입국을 도입하도록 강제했다.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징수한 조세 중 주세의 비율을 아래에서 차트로 나타냈다.

 즉, 일본의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 주세를 효율적으로 징수할 수 있었고, 1930년대 중반에는 총 조세 중 주세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이후 1937년에 일본이 중국을 공격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할 시점에 이르러야 일본의 식량 수탈이 극심해져 술 빚을 쌀이 모자라니 주세는 줄어들어 20% 초반대를 유지하지 않았나 추정해본다.

 게다가 우리 전통 청주를 청주라 부르지 못하고 약주라 부르게 된 것 또한 일본의 주세법 개정 탓이다.

차트 작성을 위한 원본 데이터 출처: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2295#section-24

 

 이 처럼 '입국'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역사적 배경 탓에 지탄을 받을 때도 있다.

 만약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입국'을 강제로 보급하지 않았더라도 국내 양조 업계또한 생산성 제고를 위해 품질보다 생산원가를 중요하게 여길 보급형 막걸리에서는 '입국'을 도입해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다 하더라도 엄청 크지는 않다.

 난 '입국'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서 '입국'을 무조건 배격하지는 않으며, 나도 여전히 '입국'으로 빚은 막걸리를 마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입국'으로 빚은 술 보다 '전통누룩'으로 빚은 술을 더 선호한다.

 이건 나의 술 취향에 대한 문제이므로 취향에 대한 딴지는 사양한다.

 그래서 술을 구매하기 전에 항상 뒷면 라벨을 확인해서 어떤 발효제를 썼는지 확인한다.

 '국'으로 에둘러 표기한다 할지라도 그 의도는 분명 추정할 수 있다.

 

 모 양조장 대표가 모 유튜브 영상에서 한 발언으로 이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9NJLNY5h9cs?si=kYvG8YIFvLcdRBB6&t=7m25s

 

< 추가 @ 2024.10.15.>

누룩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반도로 전래되었고, 한반도에서 일본으로도 전래되었고, 술을 증류하는 방법은 원나라에 의해 한반도에 전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술을 빚는 방법은 한반도에서 발견 또는 발명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술들을 전통주라 부른다.

 

언젠가 입국으로 빚는 술을 나 스스로도 전통주라 받아들일 수도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가양주 문화를 말살시키고 강제로 입국을 보급한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배경이 괘씸할 뿐이다.

 

게다가 내 취향은 대체로 누룩으로 빚은 술이 입국으로 빚은 술 보다 더 좋다.

입국, 개량누룩, 조효소제 등 인위적으로 특정 종국(종균)을 뿌려 특정 누룩곰팡이만 번식시켜 빚은 당화제를 이용한 술은 그 맛과 향이 대체로 너무 단조롭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통주 박람회에 가서 시음해보고 맛과 향이 너무 단조로우면 대개 그 술은 입국, 개량누룩, 조효소제 등 누룩이 아닌 당화제로 빚은 술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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