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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술을 4번째 빚어보는 초보 가양주인이다.
제목 앞의 [4]는 이번 술이 4번째 술이라는 것을 기재하기 위한 번호이다.
(나의 글을 누군가 참고하는 경우에는 내가 매우 초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기 바란다.)
양주일지를 써두면 지난 번엔 어떻게 했었더라 하면서 기억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난 번에 썼던 일지를 보면 도움이 된다.
그 과정에서 지난 번엔 이렇게 했을 때 저런 문제점이 있었으니 이번엔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조언도 받아보고 문제점을 해결해가고자 한다.
나도 초보지만, 나보다 더 초보인 이제 입문하는 가양주인이 이 글을 보고 배울 것이 있거나, 나보다 더 술을 잘 빚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주방문

  • [12/24] 밑술(범벅) = 멥쌀 1kg + 물 5L + 누룩 620g
  • [12/25] 덧술(고두밥) = 찹쌀 5kg
  • 재료 상세
  • 멥쌀: 햅쌀, 임금님표 이천쌀, 방앗간에서 빻아온 습식 쌀가루
  • 찹쌀: 햅쌀, 혼합품종
  • 물: 스파클 생수
  • 누룩: 송학곡자(우리밀)

작업일지

밑술 시작

2022.12.23.금.밤

  • 미리 방앗간에서 빻아와서 냉동해 둔 멥쌀가루(생쌀 기준 1kg, 습식 쌀가루 1.25kg)를 실온에서 해동 → 방앗간에서 빻을 때는 소금 치지 말고 곱게 2번 빻아달라고 요청했음 → 쌀가루를 매우 굵은체(8메쉬)에 두번 내림 (20메쉬 중간체는 미보유)
  • 누룩은 지난 번에 쓰고 밀봉해뒀던 남은 송학곡자를 전부 씀.
  • 팔팔 끓인 뒤 50도로 식힌 온수 1L에 쌀가루를 넣고 거품기로 잘 저어준다.
  • 팔팔 끓인 물이 있는 냄비에 불을 끄고 위의 불린 쌀가루를 부어 골고루 잘 섞는다.
  • 뚜껑을 덮고 1시간 뜸들인 후 냄비 채로 얼음물에 담가 냉각시킨다.
  • 범벅을 30도 이하로 식힌 후 누룩과 30분 이상 혼화시킨다. → 다음부터는 범벅을 전날 미리 만들어서 식혀둬야겠음
  • 사용한 냄비는 36cm 3단 찜솥, 화구는 인덕션.

2022.12.23.금.밤

  • 소독한 12L 유리 항아리에 밑술을 넣고 면포 덮고 뚜껑은 잠그지 않고 위에 살짝 덮어만 주고 보쌈한다.

2022.12.24.토.오후

  • 보쌈 속에 손 넣어서 항아리 아랫면을 만져봐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음.
    → 보쌈 풀어 술독을 보니 이미 한 번 끓어서 3~4cm 정도 올라갔다 내려왔길래 보쌈 풀어줌.
    → 한 번 저어주기 위해 열어서 보니 거품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태임.
    → 맛을 보니 생쌀의 풋내가 나며, 단맛도 살짝 나고, 산미도 살짝 있고, 알콜은 별로 느껴지지 않음.
    → 그래서 보쌈 벗긴 채로 두고 내일 오전에 다시 술 맛을 체크해볼 예정.
    → 면보 위에 뚜껑은 살짝만 덮어둠
    → 알콜 도수가 별로 느껴지지 않은 원인이 효모가 발효가 아닌 증식을 하고 있었던 탓이라면 오히려 더 좋을텐데, 이것은 현미경으로 관찰해보지 않는 이상엔 알 수 없을 듯.
    → 이 때의 사진
    첫번째 사진에서 빨간색 화살표는 밑술을 처음 넣었을 때의 높이.
    두번째 사진은 술덧의 표면.

2022.12.25.일.이른오후

  • 전날 대부분 가라앉아 있던 밀기울의 절반 이상이 둥둥 떠 있고 거품이 활발하여 소나기 소리가 나서 고두밥 준비를 시작함 → 밑술 발효기간 동안 실내 온도는 23~26도 유지

덧술 시작

2022.12.24.토.늦은밤

  • 찹쌀 백세 후 침지

2022.12.25.일.이른오후

  • 쌀을 여러번 헹궈서 채반에 받쳐 물 뺌
  • 술덧을 중간 점검해보니 잘 끓고 있음.
  • 사진은 이 때 술덧의 표면 (일, 14:06)

2022.12.25.일.늦은오후

  • 고두밥을 찌기 위해 찜솥에 물(3L) 넣고 끓임.
    → 물이 끓으면서 시루보에 닿지 않도록 찜솥 2단에 실리콘 시루보 깔고 그 위에 접시를 하나 뒤집어서 올려줌.
  • 물이 끓으면 찜솥 3단에 폴리에스터 시루보(110*110cm)를 물에 적셔 대충 짠 후 깔고 찹쌀(5kg)을 수북하게 쌓은 뒤 (수북하게 쌓아야만 5kg가 들어감) 옆에 남은 자투리 시루보로 위를 겹쳐 덮고 뚜껑 덮어 시루에 앉힘.
    → 20분 정도 지나서 한 김 나며, 총 40분쯤 되었을 때 뚜껑 열어 중간층까지 뒤집어주면서 고두밥 상태 확인해보니 잘 쪄진 상태라 다시 뚜껑 덮어 10분 더 찐 후 뜸 들이려 했으나 총 50분쯤 되었을 때 인덕션이 과열되었는지 저절로 꺼졌음.
    → (원래 의도보다 약 4~5분 정도 덜 쪄짐)
    → 인덕션 꺼진 후 그상태로 10분 더 뜸 들임.
    →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도 최대 화력으로 1시간 좀 안되어서 인덕션이 과열로 인해 꺼졌던 듯한데, 물 끓이는 시간 포함해서 최대 화력으로 1시간 좀 넘게 쓰면 과열로 꺼지는 듯함)
  • 밑술은 창문 연 배란다에 내 놓고 식힘.
  • 뜸 들인 찜통 3단을 꺼내 고두밥을 확인해보니 시루보 위의 고두밥 외에 다른 고두밥은 모두 고들고들하게 잘 쪄졌고, 고르게 익은 것으로 보임.
    →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 끼고 찜솥 아래 남은 끓인 물에 면보 적신 뒤 짜서 미리 알콜 뿌려 소독해서 준비해둔 건조대 위 갈대발에서 펼침.
    → 남은 그 물에 고두밥 덮어줄 면보 하나 더 담궈둠.
    → 펼친 면보 위에 고두밥을 펴서 식히려고 보니 지난 번에 광목 시루보를 썼을 때 처럼 시루보 위에 있는 고두밥은 역시나 진밥이 되었음.
    → 다음 번엔 시루보를 물에 적시지 않고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시루보를 물에 적시지 않으면 고두밥이 달라붙는다 해서 포기함.
    → 아래 사진은 고두밥의 상태.
    첫번째 사진은 시루보와 접촉한 면인 가장 아래의 고두밥 상태인데, 너무 질어졌음.
    두번째 사진은 그 외의 다른 고두밥의 상태인데 잘 쪄진 것으로 보임.

  • 고두밥 꺼내기 전에 창문 연 배란다에 식혀뒀던 밑술은 고두밥이 다 식은 뒤 거름망에 거른 후 온도 재보니 23도.
  • 식힌 밑술의 맛을 보니 생쌀 냄새는 없어졌고, 신맛이 전 보다 조금 더 세졌고 (시큼하지는 않고 조금 새콤한 정도), 알콜이 좀 더 생성되었음(알콜 도수는 지난 번 술보다 낮게 느껴짐)
  • 식힌 고두밥과 밑술을 30분간 혼화하여 꾸덕하게 고두밥이 밑술을 대부분 빨아들이고 술에서 기포가 날 때 술독에 넣음.
    → 술독은 12L 유리 항아리를 썼는데, 넘칠지 안넘칠지 살짝 아리송한 상태였지만, 다 넣고 면포 덮고 고무줄 튕기고 뚜껑은 살짝 덮어만 준 채 보쌈해둠.
    → 덧술 완료했을 때 실내 온도는 10도 수준이었고, 완료 후 다시 창문 닫고 보일러 켜서 빠르게 실내온도 올려서 이후 23~26도 유지 → 아래 사진은 술독에 넣은 후 잠시 손 씻고 정리하고나서 10분 이내의 사진인데, 그 새 조금 부풀었음. (2/25.일.19:18)

2022.12.25.일.밤

  • 보쌈 속에 손 넣어서 항아리 아래 부분을 만져보니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데워짐.

2022.12.26.월.아침

  • 보쌈 속에 손 넣어서 항아리 아래 부분을 만져보니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지는 수준으로 데워짐. (30도 가까이 오른 듯)

2022.12.26.월.밤

  • 보쌈 속에 손 넣어보니 속뚜껑으로 덮어준 면보는 아직 안 젖었고, 술독은 미지근하고, 보쌈 속은 술냄새 폴폴 남. (아침보다 더 따뜻해진 듯) 손도계로 짐작컨데 체온 보다는 살짝 낮은데 미지근하게 느껴지니 대략 30도 초중반으로 32~35도쯤 되어 보이길래 비접촉 적외선 온도계로 재보니 33도. 궁금해서 보쌈 살짝 열어 술독을 들여다보니 술은 입항 후 약 2cm 정도 올라온 상태로 보임. 식을 까봐 냉큼 닫음.

2022.12.26.월.늦은밤

  • 자정 지나 화요일 02시경 손도계로 재점검하니 오히려 온도가 떨어졌길래 온도계로 재보니 31도라서 끓었다 내려가는 중으로 판단하고 보쌈 벗겨 확인하니 끓었다 내린 것이 맞음. → 즉, 품온은 33도 이상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최대 온도는 기록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음. → 후발효 하면서 발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봐야 효모가 사멸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듯. 술이 술독 입구의 뚜껑 나사산 까지 올랐다가 내려간 것을 확인함. → 주발효 끝난 것으로 간주함. 추운 보일러실에서 술독 뚜껑은 벗긴채 면보 위에 위생비닐 2겹 씌우고 고무줄 튕긴 뒤 위에 종이 박스 덮어 냉각시킴.

2022.12.27.화.늦은밤

  • 하루 냉각 후 다시 실내로 들여서 후발효 진행. (품온은 15.3도) → 효모 증식을 위한 호기성 발효를 돕기 위해 뚜껑은 여전히 살짝만 덮어준 상태.
  • 아래 사진은 이 때의 술독 옆면과 술덧 윗면의 사진 (가운데 쯤에는 술만 있는 층도 생김)

2022.12.30.금.늦은밤

  • 이제 효모는 적당히 증식되었을 것이라 기대하고, 혐기성 발효를 위해 면보 위에 뚜껑을 꽉 닫아 둠. 면보로 인해 완전 밀폐는 아님.

2023.01.04.화.늦은밤

  • 현관 앞으로 빼줌.
    → 현관 앞 온도는 대략 18도 내외
    → 이 때 술독의 하부에는 밝은 색의 앙금이 내려 앉은 것 외에 다른 부분은 고두밥 사이 사이에 탁한 술이 아닌 맑은 술이 고르게 자리잡고 있는 상태이며 조금 더 있으면 맑은 술의 층이 생길 것 같음.

2023.01.15.일.밤

  • 덧술 후 3주가 지나서 술독을 열어 맛을 점검함.
    → 술독의 절반 아래는 고두밥과 앙금이 섞여 불투명한 하얀 층이 되어있고, 절반 위는 고두밥 사이에 맑은 술이 자리잡고 있었음.
    → 술독을 열기 위해 자리를 술독의 옮기는 과정에서 술독이 흔들리면서 고두밥이 살짝 가라앉기도 했음.
    → 술독을 열자 알콜 냄새가 세게 올라와서 코를 지배했으며, 나머지 다른 향도 일부 있었지만 미미했음.
    → 하지만, 술 맛은 이양주 답게 알콜 도수가 그리 많이 높게 느껴지지 않음.
    → 단맛이 조금 남아있는 상태라 이 당분이 더 알콜로 발효될지 여부는 다음 번에 맛을 봐야 알 수 있을 듯.
    → 처음 시도한 이양주는 그 동안 3번에 걸쳐 만들었던 삼양주에 비교하면 술을 만들다 말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알콜도수/맛/향이 떨어짐.
    → 같은 위치에서 좀 더 후발효를 진행 예정이지만, 이미 공기방울은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수준이라 발효는 대부분 끝난 듯.
    → 소독한 국자로 술덧을 고루 섞은 뒤 다음 주에 다시 점검 예정
    → 국자로 섞을 때 삭은 고두밥들은 상당히 많이 부서졌고, 술은 전부 뿌옇게 됨.

2023.01.22.일.오후

  • 1/22(일) 오후: 노랗고 맑은 술이 1.5~2cm 가량 위층에 생겼고, 공기방울은 보이지 않음.
    → 술 맛을 보니 지난 주 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으며 단맛과 신맛도 은은하고 알콜도 조금 더 올라온 듯하여 술 거르기로함. (지난 1주일 사이에 술 맛이 꽤 많이 변함.)
    → 술 맛을 보니 걸러도 될 것 같음.
    → 많이 부드러워졌고, 알콜 도수도 적당히 올라옴. 단맛 살짝, 신맛 살짝, 향도 살짝. 모두 살짝 ㅋㅋㅋ
  • 아래 사진은 술 거르기 직전에 찍은 사진
    → 위의 맑은 술 층이 탁해진 것은 술독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가라앉은 앙금이 일어나서 그렇지, 원래는 맑은 술이었음.

술 거르기

2023.01.22.일.오후

  • 술덧을 60메쉬 거름망으로 걸러서 원주가 8,650L 나왔는데, (쌀6kg+물5L)*80%=8.8에 근접한다. → 거를 때 지게미를 열심히 짜진 않아서 지게미가 축축한데, 아마 열심히 짰다면 8.8L 나왔을 듯. ㅎㅎ → 위 계산식에서 단위가 다른 kg와 L를 더하여 계산하는 방식은 정확한 계산식이 아니며, 경험과 조언을 토대로 간소화한 예측 방법임.
  • 술을 걸러서 걸러 김치통(술 전용)에 2통에 4L씩 담아 냉장고에 넣었음. → 남은 나머지 650mL는 먹으려고 따로 병에 담음. → 술의 무게는 술에 포함된 앙금의 양에 따라 다를텐데, 지난 번에 담았던 삼양주 기준으로는 1L가 1,060g이었음.

2023.03.25.토.13시

  • 2개월 냉장 숙성 후 1L 페트병에 소분함.

2023.04.14.금

  • 다 비움.

총평

술 거른 날

  • 술 거르기 1주일 전에 맛 점검해봤을 때는 알콜 냄새만 강할 뿐 다른 향들은 미미했었음. → 단맛이 조금 남아있어 알콜이 좀 더 생성될 것을 기대해보는 수준이었음.
  • 술 거른 날엔 맛이 전 보다 많이 부드러워졌고, 알콜 도수도 적당히 올라왔으나 삼양주에 비해서는 못미치는 15도 미만으로 추정. → 단맛 살짝, 신맛 살짝, 향도 살짝. 모두 살짝 ㅋㅋㅋ → 그래도 첫 이양주의 맛과 향이 이정도면 나쁘지 않아 보여 술을 걸러 냉장고를 믿어 보기로 함. → 하지만, 다음 번 술 부터는 주기적으로 점검해보면서 맛과 향이 나빠지지 않는다면 더 오래 실온 숙성 진행해보려 함.

냉장 숙성 완료 후 (2023.03.25.토, 술 거른지 2개월 후)

  • 4L 1통은 2개월 냉장 숙성 후 1L 페트병에 소분함. (4L 1통 더 남음)
  • 알콜 도수는 15도 또는 그보다 조금 아래로 느껴지며, 부드러운 맛이 남.
  • 냉장 숙성 전에는 단맛, 신맛, 향이 각각 살짝 있었는데 다시 없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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