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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보 가양주인이다.
제목 앞의 [번호]는 이번 술이 몇번째 술이라는 것을 기재하기 위한 번호이다.
(나의 글을 누군가 참고하는 경우에는 내가 초보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기 바란다.)
양주일지를 써두면 지난 번엔 어떻게 했었더라 하면서 기억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난 번에 썼던 일지를 보면 도움이 된다.
그 과정에서 지난 번엔 이렇게 했을 때 저런 문제점이 있었으니 이번엔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조언도 받아보고 문제점을 해결해가고자 한다.
나도 초보지만, 나보다 더 초보인 이제 입문하는 가양주인이 이 글을 보고 배울 것이 있거나, 나보다 더 술을 잘 빚는 선배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주방문
- [3/04.토] 술(고두밥) = 멥쌀 2.5kg + 물 2.5L + 누룩 500g
- [3/19.일, +2주 1일] 술 거름
- 재료 상세 → 멥쌀: 지인의 처가에서 농사지어 올려보낸 쌀(품종모름) → 물: 스파클 생수 → 누룩: 진주곡자(앉은키밀), 수곡으로 만들어 사용.
작업일지
술
2023.03.03.금.24시.
- 멥쌀 2.5kg를 씻어 불려둠
- 누룩 500g을 생수 1.25L에 불려두고 마른 행주로 덮어줌.
2023.03.04.토.12시.
- 불린 쌀을 헹군 뒤 1시간 동안 물을 빼주고 고두밥을 찜
- 물을 끓일 동안 찜기에 시루보 펴고 물 뺀 쌀 올려둠.
- 물이 끓은 뒤 찜기 올리고 40분 동안 찐 뒤에 밥을 뒤집어가며 고두밥이 잘 쪄졌나 확인해보니 멥쌀이라 확실히 수분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너무 꼬들꼬들함.
- 이번에는 시루보를 폴리에스터 시루보를 썼는데, 바닥면이 살짝 젖어 있음.
- 생수 250mL를 고루 뿌려준 뒤 10분 더 찌고나서 불 끄고 10분 뜸 들임.
- 찐 고두밥을 시루보 통째로 들어내서 소독한 큰 양푼에 부어보니 생수 뿌려주기 전 보다 바닥면이 조금 더 젖어 있음.
- 고두밥 위에 곰솥에서 끓인 탕수(팔팔 끓는 100도의 물) 1.25L를 부은 뒤 고루 잘 저어주고나서 곰솥에 다시 넣고 뚜껑 덮어 천천히 뜸들이면서 식힘. (탐침 온도계 꽂아둠)
- 고두밥이 60도 이하로 떨어진 이후 배란다에 내 놓고 25도까지 식힘.
- 물에 불려둔 누룩을 거름망에 거른 뒤 물의 양은 1.25L으로 맞추고 생수병에 넣고 뚜껑은 열어둠.
2023.03.04.토.22시.
- 생수병에 넣어 둔 수곡 중에서 위에 뜬 맑은 부분만을 쓰고 나머지는 생수로 채워 1.25L의 수곡을 만들어둠. (수곡은 여름이 아닐 때도 6~7시간 정도 불려 써야 잡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하는데, 너무 오래 22시간이나 불렸음.)
- 25도 수준으로 식힌 고두밥에 수곡을 부어 치댄 뒤 5L 페트병에 넣고 면보 씌워 고무줄 튕긴 뒤 뚜껑은 꽉 잠그지 않고 살짝 덮어둠. 5L 페트병에는 다 안들어가서 다른 작은 병에 나눠 담음.
- 고두밥을 치댈 때 보니 다음 부터는 쌀 대비 탕수의 비율을 좀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 보쌈하지 않은 채 주발효 시작. (넘칠 때를 대비해서 술독은 양푼 위에 올려둠)
- 5L 병에 담은 술. 이 술 외에도 1L 정도 더 있음. (3/4.토.22:11)
2023.03.05.일.14시. (병입 + 16시간)
- 술이 잘 발효되고 있는지 살펴보니 부피가 3cm 이상 꽤 올라왔음.
- 술덧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저어주기 위해 뚜껑 열어 살펴보니 시큼한 냄새가 지배적임. 여태 밑술에서 느껴지던 새콤한 냄새와 다른 결의 시큼한 냄새가 남. 술이 시어진다는 것이 이 냄새일 수도 있을 것 같음. 이 시큼한 냄새는 음식이 쉬었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함.
- 술덧의 상부 1/3 정도를 소독한 주걱으로 저어주면서 보니 술독에 넣었을 때 보다는 점도가 묽어지긴했음.
2023.03.05.일.24시. (병입 + 1일 2시간)
- 아무래도 이번 술은 쉬어버린 것 같음.
- 쉬어버린 술을 끓여서 잡균과 함께 모든 균을 제거한다 해도 쉰내을 없앨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만약 죽으로 끓였을 때 쉰내가 없어진다면 이 죽을 밑술로 해서 이양주로 진행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chatGPT에게 물어보니 완전히 없어지니는 않을거라네. 한 번 해보려 했더니 그냥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아야겠다.^^;
- 적어도 전통주에 대해서는 chatGPT의 답변을 그닥 신뢰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일 때 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으니 일단 놔둬보자.
2023.03.06.월.밤. (병입 + 2일)
- 술 표면이 건조해진 것 같아 뚜껑 열어 윗부분반 조금 섞어서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해줌.
- 술에서는 쉰내가 더 심해짐.
2023.03.08.수.02시경 (병입 + 3일 4시간)
- 술 표면에 수분이 생기면서 기포도 생기기 시작함.
- 아직 희망이 있어 보여 술을 좀 저어주려고 뚜껑 열어 냄새를 맡아보니 쉰내를 아세톤 냄새가 덮었음!
- 술덧을 팍팍 저어 공기를 공급해주면 다시 술이 살아날까 싶어 팍팍 저어준 뒤에 뚜껑을 살짝 덮어둠.
2023.03.08.수.03시경 (병입 + 3일 4시간)
-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뭔가 싶어 살펴보니 술덧이 끓어올라 부풀어서 병 뚜껑을 밀어내서 뚜껑이 옆에 떨어졌음.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5L 술독은 양푼 속에 넣어뒀기 때문에 뒷처리는 간단했음)
- 부랴부랴 2통으로 나눠 담아뒀던 술덧을 15L 술병에 모두 옮겨담고 팍팍 저어 공기를 공급해주고 술덧 내부에 있던 기포들은 다 빼줌.
2023.03.08.수.03:45 (병입 + 3일 6시간)
- 술이 그 새 1cm 정도 끓어올랐고, 자세히 보면 작은 기포들이 많이 생겼음.
- 15L 병에 옮겨 담음. (3/8.수.03:45)
2023.03.08.수.09시경 (병입 + 3일 11시간)
- 아침에 술병을 살펴보니 확 끓어올랐음.
- 이젠 윗막지 생기지 않는지 살펴보면서 기다릴 예정.6~7시간만에 또 많이 끓었음. (3/8.수.09:21)
2023.03.08.수.21시경 (병입 + 3일 23시간)
- 손톱 윗면 높이 까지 끓은 뒤 다시 내려오는 중 아직 당화 진행이 더뎌 점도가 높은 상태라서 기포의 움직임은 매우 둔한 상태.(3/8.수.21:07)
2023.03.19.일.15시경 (병입 + 2주 17시간)
- 기포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단양주라 술이 너무 시어질까 싶어 일찍 걸러줌.
- 맛은 신맛과 단맛이 모두 조금 도드라질 정도로 적당히 남았고, 알콜 도수는 10도가 채 안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술 거른 날
2023.03.19.일.15시경 (병입 + 2주 17시간)
- 지난 9번째 술 거를 때 작은 양이라서 200메쉬 거름망 썼다가 힘들었던지라 이번에는 그냥 50메쉬 거름망으로 걸렀는데, 당화가 덜 되어서 그런지 걸쭉하고, 지게미도 꽤 많이 나왔다.
- 그런데 술 거르는 도중에 농협에서 산 50메쉬 거름망이 터졌다. 찔끔 터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터진 거름망은 버려야겠다. 대용품으로 써필텍의 거름망을 알아봐야겠다.
- 거른 원주는 4L가 조금 넘게 나왔고, 일단 냉장고에 넣어뒀다.
평가
2023.03.21.화.23시
- 술 거른지 삼일 째 냉장고에 있던 술을 마셔보니 신맛과 단맛이 부드러워지고 상큼한 과일향이 난다. 이 사과향은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오늘 음주량은 500mL 정도로 많지 않음에도 내일 아침에 숙취가 있다면 아세트알데히드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 50메쉬로 걸렀던 술이 걸죽해서 200메쉬에 한 번 더 걸러주니 술의 점도가 묽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점도가 좀 있는데, 당화되지 못하고 남은 전분인지도 모르겠다.
- 냉장고에서도 여전히 발효가 진행되면서 기포가 생기고 있다. 유리 스윙병의 뚜껑을 열 때 탄산 빠지는 소리가 난다.
- 맛과 향은 지난 9번째 술보다는 조금 낫지만, 이번 술도 내 기준엔 실패다.
- 다 먹음.
메모
- 앞으로 수곡을 쓸 때는 책에서 하라는 대로 5~7시간 정도만 불려서 써야겠다. (여름 기준 5시간) 너무 오래 불리는 동안 잡균이 많이 번식해서 발효가 더뎌진 것 같다.
- 아무래도 밑술은 효모의 증식이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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