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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맛이 독하다?

맨™ 2023. 10. 16. 21:15

직접 빚은 가양주를 걸러서 맛을 봤을 때 '독하다'라는 표현을 내 기준으로는 2가지의 다른 상황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아직 숙성이 덜 되어서 맛이 거친 경우다.
알코올 도수 40도로 동일한 2가지의 다른 위스키를 원액 그대로 마실 때를 예로 들어본다.

비교 대상은 발렌타인 30년, 발렌타인 12년이다.

전자를 마셨을 땐 부드럽다고 느끼지만, 후자를 마셨을 땐 부드럽다고 느끼지 못하고 '거칠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를 '거칠다'가 아니라 '독하다'라고 표현해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두번째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경우다.
알코올 도수가 다른 2가지의 증류식 소주로 예를 들어본다.
알코올 도수 41도의 화요41과 알코올도수 25도의 화요25를 마시는 경우다.
전자를 마셨을 땐 후자를 마셨을 때 보다 독하게 느낀다.
이는 실제로 알코올 도수가 차이가 나는 것 때문에 더 독하게 느끼는 경우다.

 

세번째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알코올 도수에 차이가 있는 경우다.

낮은 도수의 맥주만 바셔도 술에 취하고 16도 내외의 희석식 소주도 독해서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시는 사람에겐 이제 막 거른 알코올 15도 수준의 원주는 알코올 도수만으로도 충분히 독하게 느낄테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75.5도의 바카디도 원액 그대로 원샷 하고나서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빚은 럼 특유의 단맛까지 느끼는 사람에겐 알코올 도수 15도가 그리 높게 느껴지진 않을테다.


이처럼 가양주의 경우에도 숙성이 덜 된 상태에는 첫번째 경우처럼 술맛이 거칠 때 독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 또한 숙성이 덜 된 술을 마시면 그렇게 느낀다.
내 경험으로는 술의 후발효까지 다 끝난 뒤 2주만 더 숙성해줘도 거친 맛은 꽤 많이 사라지더라.

마주왕님의 경우에는 이양주 원주의 알코올 도수가 18.5도 나왔다 하시더라.
참고: https://cafe.naver.com/homebrewing/22466 

내가 빚은 술은 삼양주를 빚어도 18도는 커녕 15도를 겨우 넘기는 것 같다.

그것도 실제 증류해서 측정한 알코올 도수도 아니고 내 입맛으로 느낀 주관적인 알코올 도수 기준으로 말이다.
그 이유는 내 실력이 아직 모자라서 그런 것일테다.

 

내 목표는 내 입맛에 맛있는 술을 편하게 빚으면서도 재현성이 좋도록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계속 빚어보고 공정을 최적화시기면 언젠간 그럴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