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술장고 여유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한동안 그래야 할 것 같다.
목표
이번엔 쌀:물:누룩=100:80:10 무게 비율의 단양주 실험이다. 여름에 빚었던 27번 술의 쌀:물:누룩=100:75:12.5은 맛이 괜찮았다. 하지만, 겨울에 빚었던 30번 술의 쌀:물:누룩=100:90:12.5와 31번 술의 쌀:물:누룩=100:90:10은 27번술 보다 못했다.
멥쌀:찹쌀=2:3 비율로 섞어 써본다. 30번 술에서 멥쌀과 찹쌀을 반반 섞었을 때의 술맛이 나쁘지 않았다. (발효 막바지에 술독을 흔들어서 가라앉은 생전분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하는 쓴맛은 제외했을 때)
유자제스트: 고흥 유자 껍질만 잘게 잘라 냉동하여 판매하는 제품이다. 그냥 갑자기 유자 단양주를 빚고 싶어져서 샀다. 생 유자 원물을 사서 써볼까도 생각했었는데, 유자피로 선회했다. 건 유자피를 써볼까 해서 검색해보니 건 유자피는 귤락(껍질 안쪽의 하얀 섬유질)이 너무 많아 보였고, 구매한 유자제스트는 귤락이 없어 보이길래 결국 이 제품으로 선택했다. 여튼, 부재료를 건조한 것이 아닌 것으로 써보는 것은 처음이다 냉동 제품이라 고두밥 찌기 전에 미리 몇 시간 정도 냉장실에서 둬서 필요한 분량만큼만 덜어낼 수 있을 정도만 해동하여 분량만큼 덜어낸 후 나머지는 다시 냉동하여 보관 예정이다. (완전히 해동하지는 않도록 주의) 제품정보: https://sib.kr/kr/product/detail/151dp414 (실제 구매는 구매 당시 최저가 검색해서 구매함)
술독: 15L 페트병
공정설계
쌀 씻기 전에 누룩(500g) 무게의 3배인 실온의 생수(1.5L)에 누룩 무게의 30%의 밀가루(150g)를 넣고 수곡해둔다. 수곡은 거르지 않고 밀기울까지 전부 다 쓴다. 나머지 물 2.5L는 냉장 보관한다.
술 빚기 전날 밤에 쌀을 씻어둔다.
술 빚는 날엔 불려둔 쌀을 헹구기 전에 냉동실에 보관해둔 유자제스트를 냉장실로 옮겨 해동한다. 생 부재료는 처음 써보는데, 일단 쌀 대비 2%만 써본다. 내가 술 빚을 때 건 부재료는 쌀 대비 0.2%를 기준점으로 잡으니 건 부재료 대비 생 부재료를 10배의 양으로 잡았다 보면 된다. 향을 내는 부재료를 쓸 때 적게 쓰는 이유는 무엇을 넣은 것인지 아리송할 정도로 살짝 스칠 정도의 향만 내기 위해서다. 생 유자피이므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잡균을 살균도 할 겸고두밥 찔 때 마지막 뜸들이는 시점에 고두밥 위에 올려 증기로 쪄서 쓸 예정이다. 고두밥 뜸들일 때가 되기 직전에 미리 100g을 소분하여 따로 덜어낸 후 남은 유자제스트는 다시 냉동실에 보관한다. 고두밥 뜸들일 때 고두밥 윗면에 유자제스트를 펼쳐놓고 고두밥을 약불로 뜸 들인다.
고두밥의 중심부 품온은 30℃ 수준으로 식혀 쓴다. 고두밥의 주변부 품온은 중심부보다 더 낮을테고, 실온의 수곡과 냉장 보관한 생수(2.5L)와 고두밥을 함께 섞으면 결국 술덧의 품온은 더 식어 20℃ 전후로 식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집 술장고에 넣어둔 생수는 살얼음이 어는 -1~0℃ 수준이고, 냉장고에 넣어둔 생수는 2℃ 수준이다. 아마 이번 주방문이라면 고두밥 중심부 품온을 30℃로 식힌다면 술덧은 20℃ 이하로 10℃ 후반대가 될 것 같다. 그러면 내가 발효하는 환경 기준으로 술을 안친 뒤 호기성 환경에서 주발효 구간을 3박4일 정도 끌고 가게 될 것 같다.
술독은 보쌈하여 주발효하되, 품온이 35℃를 초과하여 과하게 오르지는 않도록 관리한다.
품온이 정점을 찍으면 냉각시킨 뒤 실온(약20~22℃)에서 후발효한다.
술 빚기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해 글을 접어뒀으므로, "더보기" 버튼을 누르면 상세 일기를 볼 수 있다.
(좌)[그림.2] 찜기에 시루보를 깔고 물 뺀 쌀을 안침. (주)[그림.3] 옆에 남은 자투리 시루보를 쌀 위로 켜켜이 덮음.
2025.03.08.토.11:30 (부재료 준비)
냉장실에서 천천히 살짝 해동시켰던 냉동 유자 제스트에서 100g을 덜어내 준비해두고 남은 유자 제스트는 다시 냉동실로.
[그림.4] 냉동 유자 제스트 100g 준비. (용기 제외한 순수 재료 무게)
2025.03.08.토.11:42 (찜 +20분)
아직 한 김 나지는 않지만, 밥 냄새가 난다. 찜기 뚜껑이 뜨겁게 달궈졌고, 슬슬 찜기 뚜껑 틈새로 물방울도 맺히고 있다. 찜기 뚜껑을 열어보니 뚜껑 안쪽에 물방울도 많이 맺혀있길래 맺힌 물방울을 제거한 후 다시 덮음.
중강불로 낮춤.
2025.03.08.토.11:52 (찜 +30분)
한김 나면서 찜기 뚜껑 가장자리에 물방울이 많이 맺히고 있다. 찜기 뚜껑을 열어보니 뚜껑 안쪽에 물방울도 많이 맺혀있길래 맺힌 물방울을 제거한 후 다시 덮음.
중약불로 낮춤.
2025.03.08.토.12:02 (찜 +40분)
켜켜이 겹쳐둔 시루보를 열고 윗부분의 고두밥을 먹어보니 고들고들하면서도 잘 익었다. 멥쌀:찹쌀=2:3 비율로 섞은 쌀인데 육안으로 봐서는 고루 잘 쪄진 것 같고, 먹어봐도 다 익었다. 지난 번에도 느낀 점인데 새청무 품종은 저아밀로스 멥쌀 품종도 아닌데도 저아밀로스 멥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잘 쪄지는 것 같다. 내가 쓰는 찜기는 윗면이 잘 쪄지면 아래층이든 중간층이든 대체로 고루 잘 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중간층, 아래층의 고두밥을 점검하지는 않았다.
고두밥 위에 유자 제스트를 모두 올리고, 윗부분의 고두밥과 살살 섞어 준 후 다시 시루보를 켜켜이 덮고 뚜껑 덮음.
약불로 낮추고 뜸 들이기 시작.
2025.03.08.토.12:12 (찜 +50분)
고두밥을 다 쪘다. 꼬들꼬들하니 잘 익었다. 유자향이 강하진 않지만 티가 날 정도로 꽤 난다.
[그림.5] 다 찐 고두밥
빨래건조대 위에 갈대발을 펼치고 그 위엔 찜솥의 끓는 물에 적신 면포를 적신 뒤 대충 짜서 수분을 흠뻑 머금은 면포를 펼친다.
찜솥에서 시루보를 통째로 들어올려 면포 위에 고두밥을 덜어낸다.
[그림.6] 찜기에서 덜어낸 고두밥의 바닥면. 시루보와 접촉한 부분도 그다지 질어지지 않았다.
시루보 바닥엔 밥알이 몇 알 붙어있다. 밥알은 이 보다 적을 때도 있고 많을 때도 있는데, 이 정도면 평소 수준이다.
[그림.7] 시루보에 밥알이 몇 알 붙었다.
주걱으로 고두밥을 고루 펴고 고두밥 중심부엔 품온 센서를 설치하고 고두밥의 품온이 30℃ 이하로 식으면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한다.
품온센서 설치 후 보쌈해서 주발효 시작 술독 입구는 면포로 덮고 고무줄로 묶는다. 술독 뚜껑은 닫지 않는다. 보냉백 속에 술독을 넣고 주변은 단열을 위해 다운패딩으로 채운다. 술독 입구는 공기는 통하면서 단열하기 위해 얇은 무릎 담요를 몇 번 접어 덮어준다.
품온 18.5℃, 실내온도 18.4℃, 술독 무게 12.21kg 술독 무게는 페트병, 면포, 고무줄, 품온센서, 술덧의 무게를 합한 값. 여기서 면포, 고무줄을 제외하면 12.17kg. 술독(페트병) 무게는 495g, 아직 덮지 않은 뚜껑 무게는 114g. 즉, 순수 술덧 무게는 11.675kg.
[그림.11] 술덧을 술독에 안침.
2025.03.09.일.10:15 (술 안친지 +20시간반)
발효는 순조롭다. 당화되어 수분의 수위가 올랐다. 술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단, 아직 미미하다. 아직 냄새가 강하진 않지만, 그 중에서도 유자향이 지배적이다. 고두밥 표면은 좀 건조해 보이지만 아직 저어주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좌)[그림.12] 발효중인 술덧의 옆모습, (우)[그림.13] 발효중인 술덧의 윗모습
2025.03.09.일.13:50(술 안친지 +1일)
품온 26.6℃, 실내온도 22.7℃, 술독 무게 12.14kg (-70g)
품온 상승 속도가 설계했을 때의 예상보다는 좀 빠른 편인 것 같다.
[그림.14] 술 안친지 24시간 지난 상황
2025.03.09.일.18:50(술 안친지 +1일 5시간)
품온 28.4℃, 실내온도 22.8℃
품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액화 및 당화된 맑은 당류의 수위가 QR코드 상단까지 올라왔다.
이제 풋사과향(아세트알데히드)이 짙어져 유자향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림.15]
2025.03.09.일.21:15(술 안친지 +1일 7시간반)
품온 28.8℃, 실내온도 22.6℃
술 끓는 소리가 좀 약해졌다.
품온 상승 속도가 꽤 느려졌다. 술의 양이 평소보다 작다보니 술덧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양이 좀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그림.16]
2025.03.09.일.23:50(술 안친지 +1일 9시간)
품온 29.1℃, 실내온도 22.3℃, 술독무게 12.11kg (-100g)
품온은 매우 느리게 오르고 있다.
2시간 반 전에 비해 술덧에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인다.
술덧 표면은 조금 건조해보인다. 술덧에 산소 공급을 위해 술덧을 섞어줄까 하다 품온이 이 쯤에서 머물면 신맛이 좀 더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뒀다. 33시간 만에품온이 그다지 오르지 못한 채 머무르는 원인 중 하나는 15분 밖에 치대지 않아 용존 산소량이 모자랐으려나?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도 이런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는 이번엔 술덧의 용량이 좀 작은편이라 그런가?
(좌)[그림.17] 술덧 옆면, (우)[그림.18] 술덧 윗면
2025.03.10.월.09:10(술 안친지 +1일 19시간)
품온 29.2℃, 실내온도 21.5℃, 술독무게 12.09kg (-120g) 술독 무게를 제외하면 11.595kg.
어제 밤 보다 알코올 냄새가 좀 더 난다.
술 끓는 소리도 좀 더 활발해졌다. 그래봐야 소나기 소리 까지는 아니고 많이 더디다.
술덧 표면은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지만, 냉각을 위해 수영모자 씌우면 내부가 좀 더 습해질테니 저어주지 않고 그냥 뒀다.
품온이 밤새 정체하고 있어 냉각시작했다. 주발효를 좀 더 끌고 나갈까 하다 술덧 표면이 점점 건조해지길래 술덧을 혐기성환경으로 전환해서 술독 내 습도를 높이기 위해 냉각을 결정했다.
품온 29.2℃, 실내온도 21.5℃, 술독무게 12.14kg 위 무게는 면포, 고무줄, 품온센서를 빼고 술독 뚜껑을 닫은 상태. 술독 무게 495g + 술독 뚜껑 115g = 610g. 실리콘 수영모자 50g. 즉, 술덧 무게는 11.53kg (-640g, 5.55%)
술독 뚜껑을 닫고 후드티 입혀 실온(대체로 20~22℃ 유지중)에서 후발효 시작.
난 에어락을 따로 쓰지 않기 때문에 술독 뚜껑 위에 작은 뚜껑을 찔끔 열어 술독 내부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했다. 에어락을 쓰는 편이 좋다는 의견도 있던데, 난 에어락을 써본 적 없고 그냥 지금처럼 뚜껑을 찔끔 열어두기만 한다. 얼마나 열어둘지는 뚜껑의 나사산에 따라 다른데, 뚜껑을 이리저리 움직여봤을 때 유격이 찔끔 있나보다 느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두다가 술덧에서 기포 발생이 더져지며 발효 후반부에 접어들면 그 땐 뚜껑을 다시 꽉 잠궈두다가 주기적으로 찔끔 열어 이산화탄소가 치~익 하고 빠져나오는지를 점검한다. 단, 술독 내부의 빈 공간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내부의 압력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술도 일부러 소량으로 빚어서 15L 술독 내부에 1/3 정도의 빈 공간이 있다. 내가 빚는 술 기준으로 이 정도면 술독 속에 빈 공간이 많은 편에 속한다. 술덧의 고두밥이 다 가라앉고, 술덧에서 더 이상 기포가 발생하지 않고, 뚜껑을 꽉 잠근 후 3일쯤 지나도 이산화탄소가 치~익 하고 빠져나오지 않으며, 술독 무게를 쟀을 때 3일 이상 무게 변화가 없다면 발효는 끝났다고 판단한다. 이 시점에서발효가100%완벽하게끝났다는 뜻은 아니고 거의 다 끝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림.25] 후발효 시작
2025.03.13.목.09:40(술 안친지 +4일 4시간)
실내온도 21.6℃ (실내온도는 대체로 20~22℃를 유지 중)
어제 아침에 확인해봤을 땐 아래쪽에 층분리가 되는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확인해보니 층분리가 되었다. 술독 아래쪽엔 액체 상태의 술이 고였고,다 삭은 고두밥은 바닥에 가라앉았고,아직 덜 삭은 고두밥은 액체 위에 떠 있다. 술덧의 표면 높이도 후발효를 마쳤을 때에 비해 좀 더 올라왔다. 이는 술덧이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아직 술덧 표면을 뚫고 나오지 못한 채 고두밥 사이에 자리잡으면서 술덧의 부피를 키웠기 때문일테다.
[그림.26] 아래쪽에 층분리됨.
어제 아침엔 술독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오늘 아침엔 술독 윗부분 빈공간의 내부에 뿌옇게 결로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즉, 그 하루 사이에 술덧의 품온이 술독 외부의 실내온도보다 높아졌다는 뜻이다. 적외선 온도계로 술독 표면의 온도를 측정해보니 아래쪽 술덧 부분은 26.4℃, 위쪽 술덧 부분은 24.8℃다. 효모의 활동이 아래쪽에서좀 더활발하다는 의미일테다.
(좌)[그림27] 술독 아래쪽의 표면 온도, (우)[그림28] 술독 위쪽의 표면 온도.
2025.03.15.토.16:15 (술 안친지 +1주 2시간반)
당화된 액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술독에서 빠져나오는 술 냄새에는 여전히 유자향이은은하게 난다.
[그림.29]
2025.03.23.일.12:00 (술 안친지 +2주 22시간)
당화된 액체가 더 많아졌고, 고두밥도 꽤 삭았다.
술독 위 노란 뚜껑을 전날 잠궜다 다음 날 열었을 때 치~익 하며 이산화탄소 빠지는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발효는 잦아들고 있다. 후발효도 후반부에 접어든 것 같다. 가스가 빠져나올 땐 술독 근처에만 가도 유자향이 났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청진기로 들어보면 술독 내 기포 터지는 소리가 들리긴 한다.
[그림.30]
2025.03.27.목.23:00 (술 안친지 +2주 5일 9시간)
청진기로 소리를 들어봐도 기포 터지는 소리는 이제 거의 없다.
이번 주말에 거를까 싶어 무게 변화를 확인해보려 술독 무게를 재보니 뚜껑 포함 10.90kg이다.
술덧 표면은 마르지는 않았지만 꽤 꾸덕한 상태로 보인다. 바로 아래까지 맑은 술이 차올랐다.
이 상태에서 술덧을 흔들어주면 몇 일 이내에 맑은 술이 뜰 것 같긴 한데, 이번 술은 일부러 흔들어주지 않고 있다.
(좌)[그림.31], (우)[그림.32] 술덧 표면
2025.04.05.토.11:23 (술 안친지 +3주 6일 22시간)
술덧 높이가 좀 낮아졌고, 고두밥이 다 가라앉고 맑은 술도 떴다.
[그림.33]
2025.04.12.토.15:00 (술 안친지 +5주 1시간)
발효는 이미 다 끝났고, 술장고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급수비율 80%이고, 멥쌀:찹쌀=2:3의 비율이라 맑은 술이 많이 뜨진 않았다. 기다리면 조금씩 더 뜰테지만, 발효는 어차피 다 끝났고 유자 제스트의 영향이 궁금해서 거르기로 했다.
술독 뚜껑을 열었을 때 알코올 향과 함께 유자향이 가장 먼저 났다. 난 은은하게 이게 무슨 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트러스 계열의 향인 것 같다는 수준 정도로 조금만 나기를 원했는데, 쌀 대비 단 2%의 유자 제스트를 썼음에도 유자향은 내가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많이 나는 셈이다. 술맛을 보니 유자 맛도 난다. 단맛은 단양주 치곤 적은 편이고, 신맛이 좀 있고, 쓴맛도 약하게 있고, 유자 향과 맛도 조금 추가됐다. 평소 단양주보다 누룩을 좀 적게 넣었음에도 발효는 그럭저럭 잘 된 것 같다. 이번 술은 대체로 잘 나온 편 같다.
술을 거른다.
작업대 높이를 맞추기 위해 주문제작한 벤치에서 술을 거른다. [도구.44]
35L 스텐 식깡을 벤치 위에 올려둔다. [도구.55]
식깡 속에 높이를 조절해줄 스텐 찜기를 넣는다. [도구.58]
스텐찜기 위에 스텐찜판을 올린다. [도구.62]
찜판 위에 200메쉬 2차 거름망을 펼치고 식깡 외부로 펼쳐 걸쳐둔다. [도구.25]
거름망 위에 스텐 타공채반을 올린다. [도구.63]
타공채반 위에 스텐 타공채반을 올린다. [도구.61] 이 타공채반은 거름망에 술을 부을 때 받침대 역할만 한다.
타공채반 위에 40메쉬 1차 거름망을 펼친다. [도구.25]
1차 거름망 속에 술덧을 여러 번에 나눠 거른다. 거름망을 눌러 술을 짜낼 땐 받침대로 쓴 타공채반은 옆에 빼두고 거름망으로만 짠다. 술독 바닥에 단단하게 굳은 생전분은 없지만, 밀가루 및 누룩의 생전분이 섞여 있어 보이는 술덧은 거르지 않았다. 대개 그런 술덧은 색이 다르고, 이 술덧의 맛을 보면 쓴맛이 좀 튄다. 오늘도 이 술덧의 맛을 보니 늘 그렇듯 쓴맛이 좀 튄다.
1차 거름망으로 술덧을 다 거르면 2차 거름망 위의 도구들을 다 옆을 빼 둔다.
2차 거름망의 입구를 묶어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은 손바닥을 펼쳐 거름망을 비비면 술이 그 아래로 걸러진다. 이번 술은 멥쌀:찹쌀=2:3 비율인데도 술이 잘 걸러진다.